뮤지컬과 오페라는 모두 무대 위에서 음악과 연기를 결합하여 이야기를 전달하는 공연 예술 형식이지만, 여러 측면에서 차이점이 있습니다.
두 장르의 관계와 차이점을 이해하려면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1. 역사적 배경
- 오페라: 오페라는 16세기 말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예술 형식으로, 주로 클래식 음악과 성악을 중심으로 발전해왔습니다. 초기 오페라는 궁정이나 귀족들의 후원을 받아 공연되었으며, 오페라 하우스에서 주로 상연되었습니다.
- 뮤지컬: 뮤지컬은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미국과 영국에서 발전한 형식으로, 오페라, 오페레타, 버라이어티 쇼, 보드빌 등의 요소를 결합하여 탄생했습니다.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가 뮤지컬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습니다.
2. 음악적 스타일
- 오페라: 전통적으로 클래식 음악을 사용하며, 오케스트라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성악가들은 특정한 성악 기법을 사용하여 노래하며, 대개 이탈리아어, 독일어, 프랑스어 등 원어로 공연됩니다.
- 뮤지컬: 뮤지컬은 다양한 음악 스타일을 포괄합니다. 재즈, 팝, 록, 클래식 등 여러 장르가 혼합될 수 있으며, 대중음악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대사는 대개 대화체로 진행되며, 노래와 대사가 번갈아 가며 나옵니다.
3. 연기와 대사
- 오페라: 오페라에서는 대부분의 이야기가 노래를 통해 전달됩니다. 레치타티보(recitativo)라는 형식을 통해 대사를 노래로 표현합니다. 연극적 요소보다는 음악적 요소가 중심이 됩니다.
- 뮤지컬: 뮤지컬에서는 대사와 노래가 번갈아 가며 사용되며, 대사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연기와 춤도 중요한 요소로 포함되며, 전체적인 공연의 흐름을 이끌어갑니다
4. 주제와 내용
- 오페라: 주로 비극적이거나 서사적인 주제를 다루며, 역사적 사건, 신화, 문학 작품 등을 바탕으로 한 경우가 많습니다.
- 뮤지컬: 뮤지컬은 다양한 주제를 다룹니다. 코미디, 드라마, 로맨스, 사회적 이슈 등 폭넓은 소재를 활용하며, 현대적인 주제도 많이 다룹니다.
5. 공연 형식과 장소
- 오페라: 전통적으로 대규모 오페라 하우스에서 공연되며, 무대 장치와 의상, 조명이 굉장히 화려하고 정교합니다.
- 뮤지컬: 극장,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 등 다양한 장소에서 공연되며, 무대 장치와 의상이 현대적이고 다양한 스타일을 보여줍니다.
6. 관객층과 접근성
- 오페라: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과 전통 예술을 선호하는 관객층이 주로 관람합니다. 언어와 음악적 스타일 때문에 다소 접근성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 뮤지컬: 대중적인 인기를 끌며, 다양한 연령대와 배경을 가진 관객들이 즐깁니다. 현대적인 주제와 대중적인 음악 스타일 덕분에 접근성이 높습니다.
오페라는 주로 고전 문학의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며, 음악 형식은 고전주의 음악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또한, 연극성보다는 노래 위주의 공연이며, 아리아, 중창, 합창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독특한 발성법을 통해 마이크 없이 목소리만으로 공연장을 채우는 것이 특징입니다.
반면, 뮤지컬은 무대 위의 배우가 관객을 끊임없이 의식하며 공연하며 이를 ‘프리젠테이셔널 극(Presentational Theatre)’이라고 합니다. 뮤지컬에서 배우는 극 중 상대 역할보다 관객을 향해 노래를 부르고, 관객은 이에 박수로 답례합니다. 이러한 방식은 프리젠테이셔널 극의 한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뮤지컬은 ‘대중극(Popular Theatre)’입니다. 뮤지컬은 지적인 자극보다는 보고 듣고 즐길 거리를 찾는 관객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요소를 많이 포함하고 있습니다. 뮤지컬은 향락적이고 오락적인 것을 추구하는 데서 출발하였으며, 이러한 공연 양식을 유지하면서도 크게 타락하지 않고 오늘날까지 이어져 왔습니다.
뮤지컬은 형식상 특수한 ‘약속’이 필요한 극입니다. 여기서 약속이란 극작가, 연기자, 관객이 묵시적으로 인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뮤지컬에서 이 약속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서 갱들의 싸움이 벌어지는 절박한 순간에도 배우들이 노래를 하는 장면은 일반적인 상식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생소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미스 사이공》, 《레 미제라블》 등 많은 작품에서 전쟁 장면이나 주인공 간의 격한 감정 충돌 상황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있는데 이것은 뮤지컬만의 특성이며, 이러한 극 중 노래를 뮤지컬 넘버라고 부릅니다. 뮤지컬 넘버를 세심하게 들으면 극의 흐름과 극 중 배우의 감정 등이 잘 스며들어 있음을 알 수 있어서 노래들이 낯설지 않고 드라마와 자연스럽게 어울려 관객에게 감동을 줍니다.
종합적으로, 뮤지컬과 오페라는 서로 다른 역사적 배경과 음악적 스타일을 가지고 있지만, 둘 다 음악과 연기를 결합하여 이야기를 전달하는 공연 예술입니다. 현대에 와서는 이 두 장르가 서로의 요소를 차용하기도 하며, 경계가 모호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뮤지컬에서 클래식 오페라의 요소를 차용하거나, 오페라에서 현대적인 연출 기법을 도입하는 사례도 있습니다.